피오렐로 라과디아 시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피오렐로 라과디아 시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1월 5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기간제․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노동계의 양보를 주문했다.
이 장관은 발언에서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사용기간 단축만이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덮고 이 문제를 봐야 답이 나온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1930년대 대공항 시기에 뉴욕시 치안판사 및 시장을 역임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빵을 훔친 노파를 판결하며 노파가 굶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자기 자신과 방청객들에게도 각 50센트의 벌금을 물린 일화를 들며 “라과디아 판사가 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 모두가 50센트의 양보를 하면서 가는게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기간제․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안은 현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과 풍선효과 등을 최대한 고려한 차선”이라며 “노사정이 함께 현 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실태조사를 해보면 나름의 공통분모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포함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노동계를 비롯한 국민들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어렵게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부정하는 것이자, 노․사 양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져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기간제․파견근로자의 사용제한 기간연장의 양보를 주문하면서 예로 든 피오렐로 라과디아 전 뉴욕시장의 일화는 매우 감동적이지만 초점이 잘못 맞춰진 것으로 라과디아가 마피아를 소탕했던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전 뉴욕시장은 취임 일성으로‘찾아서 부셔라’라는 슬로건으로 부패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마피아 소탕작전을 벌였으며, 온갖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마피아가 장악한 상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등 마피아 조직을 와해시켜 뉴욕의 치안을 안정시킨 시장으로 유명하다.
우리 사회의 기간제․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 온갖 차별을 겪고 있고, 사회의 양극화, 빈곤화, 저출산, 가계부채 등 경제사회문제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행 기간제법 및 파견법 등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시정케 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비정규직 보호방안들이 현장에서 제도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이는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법적 보호방안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행정을 이행하지 않았고,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사용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와 처벌을 소홀히 한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장관은 촛첨이 틀린 피오렐로 라과디아 전 뉴욕시장의 50센트 양보 일화보다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마피아를 찾아서 소탕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사회에서 기간제법 및 파견법 등 노동관계법의 제대로 된 이행을 위한 철저한 근로감독행정을 펼치고 불․탈법을 엄격히 관리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150센티미터의 작달막한 키, 빈민가의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 판사, 하원의원, 뉴욕시장을 역임했으며,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민들로부터 작은 꽃(little flower)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 시장의 유명한 발언을 상기해 본다.
“밤낮으로 일하고도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유권자가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