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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는 고속철도다워야 한다

ok 강성휘 2015. 2. 1. 22:09

 

 

 

고속철도는 고속철도다워야 한다

 

150202월

전남일보 칼럼

강성휘(전남도의회 기획사회위원장)

 

오는 4월 호남고속철도 시대가 열린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1시간 33분, 목포에서 서울까지도 126분이면 도착한다.

 

이번에 개통되는 1단계 호남고속철도 충북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 구간 182km는 기본계획 수립부터 10년의 시간과 8조3,52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지난 1월 6일, 철도 운행을 책임지는 코레일은 주중 74편 중 16편, 주말 82편 중 18편 등 운행예정 편수의 22%를 당초 노선계획에서 빼내 서대전역을 경유하겠다는 “운행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오는 2월 6일 국토부가 코레일이 제출한 “운행계획안”을 확정한다면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당초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이 늘어나고, 용산-목포 구간은 당초 2시간 6분에서 2시간 51분으로 늘어나 현행 KTX 3시간 20분과도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사실상 저속철이 되는 셈이다.

 

이는 고속철 개통 이전과 비교해 광주송정까지 25분, 목포까지는 29분 단축하는 것으로 고작 25분 단축을 위해 8조3천5백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것이 되어, 웃음거리는 물론이고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남을 것이다.

 

호남고속철도는 수도권과 호남권을 신속하게 연결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있다. 고속철도를 통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행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호남고속철도의 22%를 서대전역으로 우회하려는 계획은 호남고속철도 건설의 근본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서대전역 경유를 요구하는 대전권의 심정까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고속철도는 고속철도답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결정한 노선을 두고 개통 목전에 서대전역 경유안을 들고 나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며, 바람직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호남선 KTX 연간 이용객 현황을 보더라도 서대전역 승·하차 비율은 전체 탑승 인원의 7% 가량으로 경유에 따른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서대전-익산간 일반열차를 증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금문제도 있다. 현재 경부선은 서울-부산간 km당 단가가 138원이지만 용산-송정간 km당 단가(안)는 154원으로 경부선에 비해 km당 16원이나 비싸다. 호남선 요금안을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에 적용할 경우 호남지역 주민들은 부산지역 주민들에 비해 6천7백원이나 비싸게 철도를 이용하는 셈이 된다.

 

호남고속철도 요금이 최종적으로 경부선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경우 이는 호남지역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며, 건설비용을 호남지역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지탄받을 행위다. 불합리하게 검토되고 있는 호남선 요금은 최소한 경부선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광주와 전남·북 530만 주민들은 호남고속철도의 개통을 10년 넘게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개통을 목전에 두고 새삼스럽게 노선 문제가 불거져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대전권의 요구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된 모든 책임은 코레일과 정부에 있고,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을 책임도 코레일과 정부에 있다. 정부는 코레일이 제출한 “운행계획안”을 반려하고,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호남고속철도가 운행되도록 해야 한다.

 

고속전용 선로에서 시속 250km 이상 달리는 철도가 고속철도다. 8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 어렵사리 만든 고속철도가 당초 계획을 팽개치고 여기도 서고, 저기도 돌고 할거면 고속철도를 만들 이유가 없다. 고속철도는 고속철도 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