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복면금지법'
새누리당의 복면금지법
경찰의 살수차 진압으로 농민 백남기씨가 중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9일, "불법 폭력 시위대는 익명성을 보장받는 복면 뒤에 숨어 온갖 폭력을 휘두르며 집회·결사의 자유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민주적 가치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 18대 국회 당시 복면 금지 법안 발의됐을 때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시위를 봤을 때 이 법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도 국가안전 보장과 공공복리 등을 위해 복면금지법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가 추진을 언급한 복면금지법은 지난 18대 국회 때 새누리당 신지호의원이 대표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겨 있었으나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법안이었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가 이것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당시 개정안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질서유지인 및 참가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가면, 마스크 등의 복면도구를 착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면금지’를 입법화하면 누구나 마스크만 써도 처벌될 수 있다.
개정안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 등을 고려할 때 공공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매우 낮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원 확인이 어려운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 소지가 있다.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고 있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행사의 주체는 규제를 우려해 표현 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복면 도구를 사용하여 얼굴을 가리거나 숨기는 행위가 한가지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신원확인을 곤란하게 하는 가면, 마스크 등의 복면도구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고만 하고 있어, 금지나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가 매우 불명확하다.
복면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시위에 대해서도 “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에 비추어 참가자의 신원이 노출되면 참가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와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규모․일시․장소 등을 고려할 때 공공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라고 규정하여 그 범위 또한 특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내용들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경찰의 선별적이며, 자의적인 법집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공권력 악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사회적 이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복면을 착용하는 것 자체만으로, 복면을 착용한 사람이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존재하지도 않는 행위에 대하여 형벌권을 사용하여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또한, 단지 복면을 착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하는 형법이나 다른 형사 관련 법령은 없다. 복면을 착용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까지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입증책임을 집회 및 시위 참가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입증책임전환 이론에 따라 기본적으로 그 제한의 정당성 등을 국가기관이 입증하여야 하는데, 개정안은 복면도구를 착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함으로써 집회참가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입증하여야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원칙인 입증책임의 전환과도 맞지 않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아다, 조지아 등 15개 주가 복면을 착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을 두고 있으나, 이에 대해 '복면 금지가 표현의 자유억압과는 무관하여야 하고, 정부의 합헌적 권한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에 그쳐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위헌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꺼내든 복면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는 복면금지법을 꺼내들 것이 아니라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가 무엇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 갔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것부터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