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쌀, GMO 완전표시제
160909금 전남일보 기고글
GMO 쌀, GMO 완전표시제
어렸을 적 해외토픽에서 수사자와 암호랑이를 교배해 낳은 라이거를 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멋지게 생긴 라이거를 보며 마음 아팠던 것은 이 라이거가 2세를 낳을 수 없고, 덩치는 부모보다 더 큰데 역설적으로 큰 덩치 때문에 부모가 가지고 있는 사냥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돈벌이 욕심에 백수의 왕이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도 문제지만 동물을 인위적으로 교배시켜 동물의 본성을 망치고, 후손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이 소나 돼지나 닭을 보다 크게 하거나, 온순하게 하는 등 사람들이 필요한 우수한 특징을 가진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이나 식물들을 같은 종안에서 교배시키고 기르는 것이 육종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교배 육종은 개체 사이의 성적인 화합과 수정이 가능한 같은 종 안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안전하지만 원하는 품종을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목적한 바를 이룰지도 미지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운데 DNA와 세포 등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생명공학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유전자재조합생물, 유전자변형생물 또는 유전자조작생물이라는 불리는 이전까지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가 출현했다.
GMO는 기존의 생물체 속에 전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한 것으로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합한 생물체를 말한다.
자연상태에서는 교배나 결합이 불가능한 종의 유전자를 추출해 다른 종에 집어 넣는 이 방식은 그러한 생물체가 사람이나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최초의 GMO는 1993년 승인된 미국 몬산토의 ‘소성장촉진호르몬’이고, 농산물에서는 1994년 넙치의 유전자를 넣은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시작으로 개구리 유전자 콩, 뱀과 원숭이의 유전자를 가진 옥수수가 출시됐다.
1996년 몬산토는 GMO 콩 ‘라운드업레디’를 출시했는데 만드는 과정이 놀랍다. 몬산토의 과학자들은 ‘라운드업’이라는 아주 강한 독성의 제초제로 범벅이 된 화학물 폐기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테리아를 발견했고, 이 박테리아 유전자를 실험대상 콩에 삽입해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콩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GMO식품을 사람과 동물이 먹는데 걱정을 안할 수 없다.
GMO는 다른 종들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과학의 발전이지만,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자연상의 생명체를 왜곡하고 오염시킨 것이기도 하다.
GMO 종주국인 미국조차 주식인 밀에 대해서는 GMO 재배와 판매, 소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GM작물을 금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초로 주식인 쌀을 GMO로 재배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용화를 추진하는 기관이 농촌진흥청인데 GMO 쌀에 대한 재배 신청과 승인을 다 농촌진흥청이 한다. 이러니 양식있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정부의 행태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안전성 심사도 서류심사 외 동물실험이 있는데 일사천리 12주만에 마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은 유일하게 자급하는 곡물로 건강한 밥상을 위한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GMO 쌀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다른 여러 GMO 식품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