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 안 되나?
청소년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 안 되나?
2016. 12. 23. 금. 전남일보
전남도의원 강성휘
청소년의 촛불집회 참여를 마뜩찮게 보는 사람들은 “정치판단이 서투른 ‘아이들’이 ‘한쪽에 치우친 여론’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청소년의 촛불집회 참석 이유를 “한쪽에 치우친 여론” 때문으로 몰고, 여기에 참여하는 ‘청소년’을 교묘하게 ‘아이들’이라는 단어로 대치해 판단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로 폄하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단순히 “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일어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촛불집회의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본질이다. “한쪽에 치우친 여론”이 아니다.
다음으로 ‘아이들’이라는 말의 프레임이다. ‘중고등학생’이라거나, ‘청소년’이라는 객관적이고, 법률적으로도 명확한 의미의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청소년들을 ‘아이들’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이라고 하면 순수함 정의감에 따른 행동으로 보이고, ‘청소년’이라고 하면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의미로 보이기 때문에 ‘아이’라는 말을 써서 청소년의 촛불집회 참여를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행동으로 몰아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은 불순함이 느껴진다.
또, 청소년의 촛불집회 참여를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도록 방치하는 무기력한 교육과 전교조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도록 방치하는 무기력한 교육“이 진짜 문제일까? 그렇다면 교육기관에서 나서서 주말에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도 해야 할까? 집회 현장에서 단속이라도 해야 할까?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아이들과 관련한 교육의 문제는 주말에 아이들이 촛불집회에 나가도록 아이들을 방치하는 무기력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고,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성적이 되지 않아도 버젓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입학시키고, 졸업시킨 교육기관의 반교육적 행정과 굴종이 문제의 본질이다.
청소년들이 집회 현장에 나가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경험을 갖는 것은 민주주의의 산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 참석을 막을 궁리를 하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이다.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면, 먼저,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하는 계기가 된 정유라, 장시호 등의 부정입학과 부정졸업 등의 문제점을 진심으로 되돌아보고, 올바른 학사관리 다짐이 우선이다.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와 전교조를 연결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전교조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전교조에서 학생들에게 촛불집회에 나오라고 한다고 해서 무작정 나가는 학생들이 있기라도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온 국민이 언론을 통해 다 알게 되었고, 청소년들도 그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지 전교조의 배후조종으로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를 불순세력으로 매도해 무슨 이득을 보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궤변도 웬만해야 한다.
이번에 촛불정국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어쩌면 절망감일지도 모른다. “태어나는 것도 능력이다”는 궤변과 ‘흙수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흙수저’라는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분노가 청소년들의 촛불집회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에서 조차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이렇게 기사화했다. "5일 집회에 청소년들도 참석해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 중고생혁명 추진위원회, 중고생연대,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 등 청소년들도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에서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런 나라에서 공부를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저희가 배웠던 민주주의는 어디갔습니까?'라며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모처럼 사실을 사실대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