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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사고 "모텔 전전..분통 터진다"

ok 강성휘 2014. 4. 9. 17:51

붕괴사고 목포 아파트 주민 "모텔 전전..분통 터진다"

뉴시스 | 배동민 | 입력 2014.04.09 15:30

 

수험생 아들 걱정에 대학생 딸 오해로 상처받기도

【목포=뉴시스】배동민 기자 = "다섯 식구가 졸지에 난민 생활을 하고 있어요"

멀쩡하던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된 전남 목포시 산정동 신안비치 3차 아파트 주민 800여명이 9일 여드레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난민처럼 떠돌고 있다.

이 아파트 302동에 사는 채모(44)씨네 가족은 현재 멀쩡한 집을 두고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 7일 아는 사람 소개로 보증금 없이 월 40만원에 겨우 얻었다.

 

지난 주말까지 500m 떨어진 모텔에서 잠자리를 해결해 왔던 채씨는 수험생인 첫째와 고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세 아들 때문에 아는 사람을 건너 건너 소개받은 원룸으로 들어갔다.

잠자리는 대충 해결하고 있지만 날마다 끼니를 해결하고 옷을 세탁하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 올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3 큰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채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집을 코앞에 두고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 화가 치민다"고 하소연했다.

주차장이 붕괴된 이후 집을 나와 대학생 딸과 함께 인근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50)씨 부부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경험했다.

모텔 주인이 딸에게 "여자가 자주 드나들면 건물 이미지가 좋지 않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출 자제를 부탁한 것이다.

김씨는 "딸이 충격을 받고 하루 종일 모텔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면서 "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텔을 전전하는 것도 억울한데 딸이 몹쓸 오해로 상처까지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채씨와 김씨 가족처럼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모텔과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부모나 친척 집에 몸을 맡긴 아파트 입주민들은 모두 375가구 800여명.

이들은 목포시가 지난 2일 한국구조물안전원, 7일 한국시설안전공단을 통해 '건물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했지만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선 10일로 예정된 엘시(LC)안전연구원에 맡긴 안전진단의 결과에 따라 향후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건물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건설사 측이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복구공사 계획을 제시할 경우 귀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고 당일 가구 당 30만원을 주거생활비로 지급했던 건설사 측도 이날 주민대책위와 협의 끝에 가구 당 하루 13만5000원의 주거복지비를 지급키로 했다.

오민 입주자 대표는 "이와 별개로 법적 분쟁에 대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고로 인한 피해와 아파트 가격 폭락 등 배상 문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목포경찰서는 사고 직후 주차장 붕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목포시 관계자와 신축 공사 현장 책임자, 감리 등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도시계획도로 폐지 등 신축 공사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와 터 파기 공사 당시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남도도 "안전문제에 대한 민원을 지난해 7월부터 수십건 제기했으나 묵살됐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목포시가 민원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공직 감찰에 나섰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일 오후 1시55분께 아파트 신축 공사장과 붙어있는 신안비치 3차 아파트 302동과 303동의 뒤편 길이 60m, 폭 10m, 깊이 6m의 주차장이 붕괴되면서 주민 1명이 부상을 입었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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