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대책과 병행되어야
고용노동부가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6150원(주당 유급 주휴 8시간 포함 기준 월 209시간)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094만 1800원으로 1986년 최저임금제 도입 후 처음으로 2000만원을 넘게 되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 7530원 대비 10.9% 인상됐다. 이에 대해 경영자 측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몰락으로 내모는 과도한 인상이라며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재심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 과거 정부는 어땠을까? 노태우 정부에서는 1988년 462.5원에서 1993년 1,005원으로 5년간 총 117.3%, 5년간 연평균 23.4%를 올렸다. 김대중 정부도 2001년과 2002년 각각 16.6%, 12.6%를 올려 평균 14.6%를 올렸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2년간 평균 인상률은 13.6%다. 이명박 정부 5.2%, 박근혜 정부 7.4% 인상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문재인 정부만 대폭 인상한 것은 아니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었지만 박근혜 정부도 소득주도성장에 관심을 갖고 매년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검토했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발표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현실을 모르는 무리한 접근”이라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바른미래당도 “급격한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이러한 태도는 맞는 것인가? 2017년 5.9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 임기(2022년) 내 달성”을 공약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2018년부터 매년 연평균 약 15%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요 정당 모든 후보들이 똑같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다만 달성 시기만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선 딴소리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음식, 숙박, 관광, 교육 등 주요 8개 업종 창업률과 폐업률를 분석한 결과 창업률(2.1%) 보다 폐업률(2.5%)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동일업종 간 경쟁 심화,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영업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인건비 상승만이 원인이 아니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에 있지만 경제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가계의 소득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경제를 살려 국가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개선한 결과가 소상공인, 자영업의 위기로 귀결된다면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이 병행되어야 필요가 여기에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의 위기에는 최저임금 인상도 있지만 높은 자영업 비중을 포함해 임대료, 카드수수료, 프렌차이즈 로열티, 불공정 계약에 따른 물품구매 등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신속하고도 내실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탓만 할게 아니다.
정부는 작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을 내놓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도 작년과 똑같이 말하고 있다. 일례로 2007년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수수료는 9차례나 인하됐다. ‘힘없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 민생정부, 민생국회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국회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비롯해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24건이나 계류되어 있고, 가맹점주의 최소 영업지역 보장, 가맹사업 본사의 가맹점주에 대한 인테리어비용 전가 금지, 과다한 로열티, 본사 관련자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일종의 ‘통행세’ 금지 등 프렌차이즈 관련 법안은 42건이나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업법’도 총 34건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금 100건이 넘는 최저임금 지원 법안들이 국회에서 마냥 대기중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국회가 민생우선을 외쳤지만 실제론 뒷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정부나 국회가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고만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지원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노동자도 살아야 하고, 소상공인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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