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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황당한 판결

ok 강성휘 2014. 12. 19. 00:30

 

 

 

대형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황당한 판결

 

전남일보 칼럼

14.12.17..

강성휘(전라남도의회 기획사회위원장)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은 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입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조례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중소업체와 전통시장 상인의 매출 증대에 큰 효과를 미치는 공익적 규제로 위법이 아니라고 밝혔었는데 이것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3호 관련 [별표]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3000이상 면적에 점원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라고 돼 있으며,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은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점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등의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점포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국민 10명 중 7명은 현행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발표한 우리리서치와 소상공인정책연구소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9%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해 서울고법의 판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들은 대형마트 뿐 아니라 유통재벌이나 대기업들의 도매업 진출 등에도 응답자의 67% 이상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서울고법의 판결대로,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자구대로 면적이 3,000이상이고, 점원 도움 없는 점포가 대형마트라면 우리나라는 대형마트가 없는 셈이다.

 

대형마트는 백화점이나 전문매장과 달리 소비자가 점원 도움 없이도 일괄적으로 물건을 담아 구매하는 방식의 창고형 매장을 두루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점원은 단지 소비자의 구매 편의를 돕는 서비스 차원에서 대형마트에서 고용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데 이러한 점원의 존재를 이유로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은 문제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국민들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점원 도움은 단지 대형마트를 다른 소매점과 구분짓는 편의상의 자구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을 대형마트로 볼 수 없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납득할 수 있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시간 제한 규정은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살리고, 유통산업 분야에서의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모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고, 그 시기는 대형마트의 무차별적인 영역 확대로 인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무너지고 지역경제 기반 자체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였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법령의 자구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법령 해석에 있어 심각하게 형평성을 잃은 판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규제에 반대하면서 주장해 온 내용에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맞추기식으로 판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효율성을 놓고 도입부터 지금까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제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 규제만으로 골목상권을 회복시킬 수는 없으나, 규제 이전에 상생에 대한 대형마트 의지 없음은 더욱 문제가 있다. 또 이번 판결에 대형마트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문 또한 어느 국민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골목상권 살리기의 입법 취지를 역행하여 대형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대기업의 욕심에 빌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법치라는 울타리 속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