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 확대, 좋기만 한가?
- 고졸채용 확대, 알고 보면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에 불과 -
지난 4월 기업은행이 텔러(창구직원)를 고졸로 뽑자, 등록금문제와 청년실업문제로 곤경에 몰려있던 이명박 정권은 호재를 만난 듯, 정부 부처 등을 동원하여 공기업과 시중은행에 고졸채용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9월 2일 ‘공생발전을 위한 열린 고용사회 구현방안’이라는 고졸채용 확대 대책을 발표하였고, 10월 24일에는 고용부, 지경부, 교과부 등 정부부처와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5단체가 ‘열린 고용사회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고졸채용을 권장하는 정책에 공감하는 대부분 국민들은 “사실상 은행권 고졸 취업은 인턴이거나 비정규직에 지나지 않고 2년 뒤에 정규직과는 다른 노동조건의 ‘무기계약직’에 머물게 될 것과 정규직 전환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앞의 머니투데에 기사에 의하면 은행권이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뽑겠다고 밝힌 고졸출신 행원은 모두 2941명으로 올해만 해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51명이 은행권에 입사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규직은 불과 70명에 불과해 채용되는 고졸 은행원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6.6% 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인 인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한 경우에도 각종 업무평가나 ‘정규직 전환시험’을 치루어야 하고, 전환율은 10~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1월 8일자 아시아경제신문에 “은행! 우리 애들 뽑지마오”라는 제목으로 어느 여고 취업담당 교사가 모시중은행에 항의전화 내용 담은 박스기사는 고졸채용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여상출신을 행원으로 채용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비정규직으로만 뽑고 있다. 고용보장이 안 돼 몇 년 있다가 잘릴 운명인데 세상물정 모르는 학생들은 은행이면 무조건 좋다고 한다”
“일반 기업에 들어가면 ‘공순이’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안정적인 정규직이다. 은행 당신들이 우리 학생들 인생을 책임질 수 있나?”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경제5단체와 고졸채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까지 고졸고용 확대에만 중점을 두고, 정부가 나서서 고졸청년들을 저임금 불안정 직업으로 유도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기업들도 대통령의 발언에 어쩔 수 없이 고졸채용 발표를 앞 다투어 내고 있으나 그 결과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맡겼던 업무를 회수하고 고졸경력직원을 빼내가고 있다”는 얘기들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문대와 대졸출신 미취업자들은 역차별이라 항의하고 있는 형편이라 정상적인 ‘일자리대책’이라 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고졸자만이 지원하고, 채용이 이루어지는 영역에서 ‘고졸채용확대’는 ‘학력파괴’가 될 수 없고, ‘능력주의’라고 표현하기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결국 고졸채용 확대 정책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다가 이제는 기업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채용하라’는 것에 불과합니다.
공기업과 은행 등에 고졸의 취업기회를 늘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고졸 취업기회 확대가 노동조건의 향상을 전제로 하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로 귀결된다면 재검토 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고졸취업 확대를 벗어나 보다 종합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직장 내 학력차별을 해소 하지 않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된다’는 말은 청년들에 대한 기만이자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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