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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공천제 폐지 어물쩡 넘겨선 안될 일

ok 강성휘 2013. 4. 15. 01:00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남의 나라가 하느냐 안하느냐로 봐서도, “공천이 아니면 내천이지하며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어서도 안된다.

 

 

 

 

지방의회 공천제 폐지 어물쩡 넘겨선 안될 일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된지 30년만인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부터 20065.31 지방선거 이전까지 약 15년간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그 사이 정당들에 의한 편법적인 내천이 횡행했다. 정당공천제 배제가 출발부터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왜 정당의 내천이라도 받으려고 애를 썼을까? 아마도 지방선거에서 발휘될 수 있는 특정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당과 국회의원들도 내천한 후보가 기초의회에 많이 진출하면 지역구 관리와 다음 선거준비 등이 더 수월할 것이니 내천의 유혹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자신의 내천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 수 있도록 선거공보물 디자인을 동일하게 한다거나, 국회의원의 배우자가 나서서 내천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한다거나, 상가를 방문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거나, 공천을 받은 같은 정당 소속의 시장 또는 광역의원 후보의 명함과 내천 후보의 명함을 한데 묶어 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천을 활용해 왔다. 후보자와 정당, 국회의원의 필요성이 상호 충족된 것이다.

 

그리고 20065.31 지방선거에서부터는 그간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까지만 하던 정당공천제를 기초의원까지 확대하여 시행하였다. 아울러 한 선거구당 2-3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고,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하여 비례대표제도 도입했다.

 

이처럼 과거에 내천이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공천을 해 온 관행을 양성화하고,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중심인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로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또한 계속 제기되어 왔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공천, 불공정 경선 등 공천과정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드러났고, 기초의원의 활동 과정에서 중앙정치의 하부 심부름 단위 전락, 단체장의 거수기 등 듣기 거북한 정도까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혜가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12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주민을 위한 지역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폐단을 막자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최근 안전행정부는 6월 출범 예정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3100여명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행부는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지방의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지방의회 의장에게 제한적인 인사권을 부여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겸직금지 강화, 불성실 의정활동에 대한 견제, 국외연수 결과 공개의무화 등도 추진하겠다다는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름으로 볼 때 지방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수 밖에 없는 의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해서 20065.4 지방선거 이전의 정당공천제 배제정도로 현행 공천제도를 무작정 폐지하는 것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렇게 되면 당장 여성 등의 지방의회 진출 확대를 위한 비례대표제도에 문제점이 발생하고, 편법적인 내천이 재현되어 지방정치의 부패와 불신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지방자치 구성원의 시각에서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과거 내천과 현 공천제의 문제점을 동시에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하여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6월 이후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면 그 사이 각 정당들은 국회의원의 기득권 지키기 차원이 아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노력과 헌신 차원에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고, 지방의회도 정당과 국회의원이 아닌 주민의 관점에서 기초의회 공천제 폐지에 대한 의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남의 나라가 하느냐 안하느냐로 봐서도, “공천이 아니면 내천이지하며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어서도 안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4.28 보궐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을 선언했다가 법도 안바꿨는데 무슨 무공천이냐는 내부 반발에 밀려 공천문제에 대해 지역 자율결정으로 어물쩡 후퇴했다. 기초의회 공천제 폐지에 대해 자신의 뽑은 대통령의 약속이니 실천을 공언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내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는 작년 12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지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것이 아니다는 말도 있는 모양이다. 정말 딱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개인의 약속이기 이전에 민주당이라는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책임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공천이 아니면 내천이지 하는 기초의회 공천제 폐지에 대한 편법적 발상과 냉소적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양당 국회의원들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수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흔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득권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공천제의 운명은 국회의원의 손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박근혜정부, 지방의회, 국민들이 의지를 가지고 국회를 설득하고 움직여야 한다.

 

지방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