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제도의 확산을 기대하며
강 성 휘
2020. 10. 11. 일
제9·10대 전라남도의원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2015년 10월 제정된 전라남도 생활임금제도가 시행 5년을 지나고 있다. 당시 전남도 생활임금조례는 광역지자체 중 경기, 세종, 서울, 광주에 이어 다섯 번째였고 도와 22개 시·군들 중에서는 처음이었다.
이 제도는 그동안 시행되면서 도청 및 출자출연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 등에 긍정적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들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글은 그간 제기된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생활임금제도를 검토하는 글이다.
첫째, 생활임금 수준에 관한 사항이다.. 전남도는 생활임금제 시행 첫해에 2016년 정부 최저임금 6,030원의 120%인 7,248원을 책정했고, 이후 5년 동안 큰 변동없이 최저임금 대비 12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연계성이 지나치게 강하고, 임금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향후 생활임금을 결정하는데서 실질적인 가계지출 규모와 실제 소득 간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에서 생활임금 수준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생활임금 산출방식에 관항 사항이다. 도의 생활임금은 생활임금위원회가 물가상승률, 노동자 평균가계지출 수준, 최저임금, 유사 노동자의 임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경기도의 경우 경기연구원이 제시한 상대빈곤 기준선, 주거비,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서 가계지출 기준, 근로소득 기준, 노동자 평균임금증가율 등 4개의 평균값을 중심으로 생활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이렇듯 지자체마다 상이한 생활임금 산출방식이 통일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간 공동연구도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생활임금 결정에서 임금 산입의 범위를 기본급+교통비+식대 정도로 대폭 간소하게 하고 상여금, 가족수당, 자격수당 등의 고정수당과 그 밖의 수당은 고용기관에서 부담토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생활임금 인상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만큼 그 밖의 수당을 제외한 고정수당은 생활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여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판단된다.
셋째, 시·군의 생활임금제 확산에 관한 사항이다. 지난 5년 동안 도내에서는 목포시, 순천시, 여수시, 나주시, 해남군 등 5곳에서 샐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243곳 지자체 중 42%인 107곳의 지자체가 도입했다. 반면 전남지역의 경우 23곳 지자체 중 6곳에 그쳐 도입률이 26%에 머물러 있다.
재정상 어려움 때문이라면 기존에 도입한 지자체들에서 중단 등이 있었겠지만 그런 일을 없었다. 생활임금제 확산이 더딘 이유는 재정상의 어려움보다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시민단체들과 언론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생활임금의 시·군 확산을 위한 정책적 수단의 하나로 전남도 차원에서 제도 도입 여부를 시·군 실적평가 항목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방안은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심과 의지다.
넷째, 적용대상의 확대에 관한 사항이다. 전남도는 생활임금 적용대상자를 처음 “도와 도의회, 지방공사,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에서 “위탁기관 및 단체 소속 노동자”로 확대해 왔다. 적용대상도 2017년 292명에서 2019년 54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도의 공사 및 용역 등을 수행하는 업체와 기관 등에 소속된 노동자와 그 하도급 업체에서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조례에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기존 대상에 대해서도 연차적으로 범위를 확대해온 만큼 공사 및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와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한 생활임금 적용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아울러, 생활임금 적용 대상임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공사 또는 출자출연기관이 있다면 기관의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위탁 기관 및 단체에 대해서는 위탁심사 시 반영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공공근로, 지역공동체사업 등과 같이 국비 또는 지방비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채용된 노동자에 대해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생활임금제도는 당초부터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간적, 문화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출발한 제도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섯째, 민간부문 확산을 위한 정책적인 수단이 도입에 관한 사항이다. 생활임금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민간부문 확산이다. 특히 한계선상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조차도 버거운 상황에서 생활임금제 참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임금제에 대한 인식개선 등 제도 확산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도 안 될 일이다.
생활임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은 사회적으로는 고용주들의 최저임금 준수를 유도하고, 정책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책적 유인수단도 있다. 생활임금제 참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공공조달, 공공계약 참여시 가점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올 3월부터 도 및 시·군 공공계약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 중 생활임금 지급 기업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을 개정하여 민간분야까지 생활임금제 확산을 시도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례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남도는 생활임금을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일주일에 가족과 함께하는 한 번의 외식, 한 번의 영화 관람 이런 소소한 일상조차도 어떤 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궁극의 목표다.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회, 시민사회가 함께 생활임금제 확산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더불어 사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콧의 조직이론 요약 (0) | 2020.10.16 |
---|---|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0) | 2020.10.16 |
42개 점포에 9개가 부동산 (0) | 2020.10.06 |
NPT 핵확산금지조약 (0) | 2020.09.18 |
기아차 쏘렌토 2019년식 연비 (0) | 2020.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