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조건
당사자가 싫다면 도리가 없다.
옛날이야 당사자끼리 얼굴 한번 못본 사이일지라도 부모들끼리 약속하여 혼인하는 것이 가능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에 불과하다. 부모가 제 아무리 좋다해도 당사자가 아니면 아닌 것이다.
무안반도 통합도 94년부터 네차례에 걸쳐 시도되었지만 번번히 성사되지 못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마음속에 무안반도가 통합 된다면 목포의 들러리, 주변부로 전락한다는 의구심이 컸고, 공무원들도 보직과 자리의 감소에 따른 승진 등의 자기 발전기회의 상실과 인사상 보이지 않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깊었다.
경제적으로도 통합의 부작용으로 인해 소도읍 및 상권의 쇠퇴가 심화되어 경제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섰고, 통합에 따른 정치적 전망의 불투명과 기득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정치인들까지도 통합에 대해 부정적, 소극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었다.
94년부터 시작한 통합노력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점인 이유는 이러한 피해의식과 불신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8월 26일자로 행정안전부가 직접 나서 자율통합을 확정한 지자체에 대해 파격적인 재정지원과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며 통합을 손짓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번 통합여부와 관계없이 2014년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통합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당사자끼리 맞아야 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과 결혼이 가장 이상적겠지만 모든 사랑과 결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집안끼리 네 번이나 혼담이 오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면 더 적극적인 집안에서는 헤어스타일과 화장만 바꿀 것이 아니라 자세와 태도는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바꾸고 노력해야 한다.
혹, 지난날 이것도 주고 저것도 준다 하면서 마음을 상하게 하고 기분을 잡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통합은 실리만 가지고서는 안되고 명분이 있어야 하며, 진정성이 베어야 한다.
같은 생활권이자 경제권이며 원래 한뿌리인 무안반도에 대해 큰 틀에서는 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부정적이라면 선입관을 비우고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행정기관들이 나서서 음으로 양으로 찬성과 반대를 부추겨서는 안된다. 행정기관은 주민들이 자유스럽게 찬반을 토론하고, 대화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의 입맛대로만 통합문제가 취급된다면 어느 지역의 주민이건 통합문제의 동원대상으로만 되고 말아 주민의사가 왜곡될 위험성이 있다.
한뿌리였지만 인위적으로 나눠진 무안반도가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이 정부가 쥐어주는 몇푼의 인센티브를 위한 통합, 전국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통합이 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말 그대로 주민의 자유의지에 의한 자율통합이 최선이다.
어떤 기회가 꼭 예정된 대로 오는 것만은 아니듯이 통합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계기는 중앙정부의 전격적인 제안이었지만 이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주민에게 달려있다.
생활권과 경제권, 그리고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주민의 자유의지에 따른 멋진 통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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