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너무 어려운 이별
강성휘(목포시의회 부의장)
유독 이별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빈티나는 생활, 게으름, 멍청한 머리, 그리고 서서히 두꺼워지는 뱃살과도 당장 헤어지고 싶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자가용도 그중 하나다. 백번 생각해도 자가용과 헤어지는 것이 옳고 맞다. 깨끗이 굿바이! 하고 버스, 자전거, 걷기 이런 것들과 결혼하여 도심속에서도 멋진 생태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상상일 뿐이다.
엊그제 9월 22일 “세계 차없는 날”, 전날 저녁까지도 내일이 “차없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아침이 되자 “차없는 날”은 까마득히 잊어 먹고 아무 생각없이 차를 끌고 집을 나섰다. 의회 주차장이 많이 비어 있기에 ‘조금 일찍오니 주차장이 이렇게 한가하고 좋구나’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차없는 날”이라고 해서 시청 주차장은 휑하니 비어 있는데 웬걸 시청 부근의 골목이 공무원들의 차들로 이른 아침부터 온통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는데 이런 현실은 다른 지자체 청사 주변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일간지 기사를 읽으며 ”으이구...그래서 주차장이 휑했구나!.“
차를 끼고 살면서도 자가용과 이별을 꿈꾼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자동차는 현대문명의 총아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고 있지만 동시에 에너지 과소비와 환경파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등 그 숙명적 폐혜로 인해 자동차에 대한 인식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1997년, 프랑스 서부의 작은 도시 라로쉐에서 “도심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말자! (In town, without my car)"라는 구호로 ”세계 차없는 날“이 시작되었다. 이후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취지에 공감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현재 전세계 40여개국 2,100여개 도시에서 열리는 범세계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차 없는 날 행사도 시민․환경단체들이 주체가 되어 2001년 서울에서 첫 행사를 기점으로 매년 열려 왔으며, 목포시도 이 행사에 함께하고 있다.
이런 좋은 취지의 행사 말고도 목포시는 버스노선체계 개편, 천연가스버스 도입,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 그리고 보행환경 개선 등 자동차 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교통수송 분담율중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부분의 교통수송 분담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고, 반대로 자가용 보급율은 높아만 가고 있다.
결국, 자가용 중심의 교통문화를 바꾸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다는 점, 자가용을 억제하는 보다 강한 규제와 시민의식 개선이 동시병행 되어야 한다는 점,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이 보다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생각뿐인 애마와의 이별의 꿈보다는 사랑하는 애마를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게 해야겠다.
2009. 9. 24. 항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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