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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

생각케하는 선물

ok 강성휘 2011. 11. 17. 16:19

 

 

 

 

생각케하는 선물

 

오랫만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작년까지 신안군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주장배 전의장님이었습니다.

 

“의장님! 잘지내셨는지요?”

“아^**^ 강의원님이세요? 잘 지내시죠?”

“네...네...”

“혹 지금 어디 계신가요?”

“네 점심시간이라 밖에 나와 있구요, 점심 후 바로 의회로 들어갑니다.”

“그럼 의회로 찾아 가겠습니다.”

“아니요, 의장님 말씀하실거 있으시면 전화도 좋습니다.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니요, 가서 잠깐만 뵈면 됩니다”

 

저는 “무슨 복잡한 민원이 있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끝나 전화가 왔습니다.

 

“의원님 어디 계신가요?”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럼 잠시 뵙시다.”

“제방은 어떨까요?”

“아뇨, 다른 사람보면 그러니까 의회앞 주차장서 뵈면 안될까요?”

 

속으로 “도대체 무슨 큰 일이 있으시길래 이러신담?”하고 의회 앞 주차장으로 나갔습니다. 주장배 전의장님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빗방울 속에 우산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어이쿠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한번도 연락 못드리고...”

“아이고..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실은 쌀농사를 지어서 쌀좀 가져왔습니다. 정말 작은 것인데 이거 그냥 쌀이 아니어서 생각나 가져왔습니다.”

 

“아니 이런거 안 주셔도 되는데....저 방앗간집 아들인줄 아시잖습니까?”

 

 

“저 원래 농사꾼이었고, 지금도 농사꾼인데 유기농 말로만 했지 지금까지 제대로 못하다가 마음먹고 실천해 보았습니다. 올 해 소출이 적은데 유기농에 쌀농업의 희망이 있습니다. 전라도의 미래입니다.”

 

“생각나 여기까지 왔는데 이 조그만 마음까지 거절하면 곤란합니다.”

 

“이거 그냥 쌀이 아니고 군의원 마치고 정말 최선을 다해 지은 무농약 유기농 쌀입니다. 쌀눈과 미강을 살리기 위해 5분도정을 한 쌀입니다. 언뜻 못생기고 첨엔 밥맛이 없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만 3일만 잡숴보시면 얼마나 좋은지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저 어쩔수 없이 백주대낮에 비싸기도 비싼 유기농 쌀 한봉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저 한번도 유기농쌀 안 먹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장배 전의원님의 배려와 마음만으로도 밥맛은 천하일품일 것입니다.

 

지방의원을 하면 어떻게 든지 한번이라도 더해 보려고 하는 세상에서 주장배 전의장님은 “군의회 의장까지 했으면 됐지 뭐가 있노?”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가 또 성실히 살면 그게 더 좋은거 아닌가?” 하시며 신안군의회 의장을 마치고 아무련 미련없이 훌훌 농사꾼으로 돌아간 분입니다.

 

얼마전까지 군의회 의장이었던 분이 손수 지은 쌀을 직접 선물로 받고 보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왜 자꾸 제가 사는 모습이 생각날까요?

 

주장배 전의장님!

의장님께서 우리 땅에 정성으로 유기농 쌀을 심는 것처럼 저도 전라남도의 미래를 위해 좋은 씨앗을 뿌리는 도의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