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버핏세, 부자증세 필요하다
부자증세를 검토하는 홍준표와 한나라당 쇄신파
일관되게 부자감세를 추진해 온 한나라당에 부자증세 방안이 현실화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2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국가전략포럼 강연에서 “부자들이 일반인들과 같은 세율의 세금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28년 전에 정한 최고구간이 지금도 변화가 없다. 그러다보니 100억원을 버는 사람이나 8,800만 원을 버는 사람이나 세금(세율)이 똑같다”고 지적하면서 그간 부자 추가감세를 중단하고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나라당 쇄신파의 부자증세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5월 4일에는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주식거래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버핏세의 원래 개념, 자본소득 세금 부과)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B 청와대와 정부는 일관된 부자감세
그러나 747공약을 통해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공언했던 MB대통령은 당선 후 노무현 정부 핵심정책 중 하나였던 종부세 완화를 통한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는 등 2008년부터 소득세법 등 무려 5개의 법을 직권상정하여 날치기로 처리하는 등 1%를 위한 부자감세를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 ‘부자증세’가 정국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가 되자 지난 11월 29일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은 언론을 통해 “소득세 최고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올리면 봉급생활자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도 세금이 올라가 법인사업자와 형평성이 문제가 생긴다”며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감세를 통한 성장을 주장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증세에 찬성할 수 있겠느냐?”며 어찌보면 당연한 부자증세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자증세 반대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7-8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부자증세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다, 투자 및 근로의욕, 저축 동기를 떨어 뜨리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정부의 반대 논리를 보강해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일관된 부자감세 노선을 걸어온 MB정부는 부자증세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
부자증세 흐름에 제동을 거는 박근혜
이와 함께 한나라당 대권후보 중 한명으로 2007년 대선 예비후보 당시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우자”는 ‘줄푸세 공약’으로 부자감세를 내세웠던 박근혜 의원측도 부자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홍준표 대표의 부자증세 지지 발언에 대해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의원은) 능력있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더 느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자본소득에 대한 접근없이 근로소득만 타깃이 되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며 부자증세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거 줄푸세 공약의 부자감세론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부자증세
민주당에서 부자증세가 현안으로 떠오른 이유는 보편적복지+1정책에 따른 복지재원 마련방안 문제였다.
당초 세금문제에 관한 민주당의 당론은 ‘부자증세’가 아닌 ‘세율현실화’였다. 이는 소득 양극화 및 저출산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투자가 불가피하며,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복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낮은 조세부담율을 현실화해야 한다(2011년 11월 현재 19.3%로 떨어진 조세부담율을 2007년 수준인 21~22%로 현실화)는 것으로 증세를 하지 않고도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복지재원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 MB정부의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불필요한 예산삭감 등 재정지출구조 개선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도 기존 세율현실화 입장에서 부자증세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의원은 일찌감치 부유세 신설을 통한 복지재원 확보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고 법률안도 발의해 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상위 소득 1% 계층에 대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법인세도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한다”며, “소득세의 경우 1억5천만원 초과 과표구간(40%)을 추가하고, 법인세는 100억이상 1000억원 과표구간(25%)과 1000억원 초과 구간(30%)을 신설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율현실화를 바탕으로 부자증세로 전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부자증세는 포퓰리즘 아닌 복지재원 확보의 합리적 방안
그러나 한편에선 부자증세를 반대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증세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리스 등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들과 달리 201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3.4%로 미국 94.4%, 영국 75.5%, 프랑스 84.2%, 일본 220%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 국가채무 상태가 건전하고 재정여력도 양호한 상태인데 무리하게 부자증세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내년 경제성장율이 둔화될 것으로 많은 연구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는 시점에서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감세를 추진해야 하는데 반대로 부자증세를 하면 투자가 위축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들이 어려워진다는 논리이다.
필자도 유럽발 경제위기의 징후도 현실이고, 부자증세를 추진할 경우 상위 1% 소득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채무비율, 재정건전성 등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우리나라가 28년전에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세율구조를 유지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발상도 한심한 발상이다. 선진국은 단순히 GDP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높은 복지수준을 전제로 한 높은 생산성이 척도가 되어야 한다.
덮어 놓고 성장부터 하고 보자는 산업화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성장우선, 복지뒷전의 MB정부조차 포퓰리즘으로 그토록 매도하던 선별적 복지논리를 슬그머니 접고 내년부터 보편적 복지인 무상보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합리적인 재원 확보 방안의 하나로 부자증세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세수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단순한 부자증세만으론 재정건정성 확보와 복지수요 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MB정부가 스스로 부자증세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부자증세는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요구가 높고, 합리적인 복지재원 확보방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감세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낭비예산 구조조정 등 기존의 3대 복지재원 확보방안과 함께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자본소득 과세를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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