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취업애로계층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공식실업자'가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용돈 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 학원에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 몸이 아파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사람 모두 실업자가 될 수 없습니다. 정부 통계는 이런 이들을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합니다.
공식 실업자가 되려면 세가지의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선 지난 1주 동안 전혀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어야 합니다.
반면, 취업자가 되는 건 요즘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 코너에서 나온 유행어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을 하면 됩니다. 다른 조건은 없습니다. 한 나라의 총생산을 추정하려면 고용총량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의 공식 실업률은 늘 3% 안팎의 완전고용 수준입니다. 지난달 11월 우리나라의 공식 실업자 수는 73만명, 실업률은 2.9%입니다.
통계청도 비경제활동인구의 실제 고용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취업 준비자, 구직 단념자(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 '쉬었음'인구, 불완전 취업자 등 여러 보조 지표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자는 53만명, 쉬었음 인구는 154만4천명, 구직 단념자 17만8천명입니다. 또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불완전 취업자)은 31만9천명입니다. 이들을 다 합치면 258만1천명으로 공식실업자 수의 네 배에 육박합니다.
통계청은 이런 식으로 '사실상의 실업자'를 분류하는데 대해 펄쩍 뜁니다. 항목별로 중복 포함되는 경우가 생겨 오류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어서 정부 공식 통계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게 이유입니다.
그런 정부가 스스로 사실상의 실업자를 파악하기 위해 '취업애로계층'이라는 보완지표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공식 실업자에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과 불완전 취업자를 합친 것입니다. 정부가 이 지표를 내놓은 건 지난해 초 금융위기로 고용 사정이 크게 나빠져 고용 통계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때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취업애로계층은 191만5천명으로 공식 실업자(92만명)의 두 배를 웃돈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지표 역시 실질적인 실업상태인 취업준비자와 구직 단념자 등이 대부분 빠져 범위가 좁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달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용대박' 발언으로 고용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용 통계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것이긴 하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다양한 보조지표로 보완될 필요한 있습니다.
정부는 애초 취업애로계층 통계를 매달 공표하기로 한 방침을 은근슬쩍 접은 뒤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공표하지 않을 뿐이지 지금도 내부적으로는 다달이 관련 통계를 조사`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도 올바를 정책방향을 잡으려면 체감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이 바뀌는 2013년까지 공식 실업율 지표의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2011. 12. 26. 월. 한겨레신문 김회승기자의 글을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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